한나라당에선 당 해체 용어까지 등장했다. 민주당은 차기 지도부 구성과 진로문제로 백가쟁명이다. 선거 결과가 그만큼 정치권에 던진 충격파는 크고 광범위하다. 게다가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으로 ‘새로운 정치’를 내세운 시민사회단체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어서 정당의 존립기반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민은 표로 분명하게 말했다. 구 시대적 정당정치, 권력정치, 이념정치의 종식을 요구했다. 대신 국민의 구체적인 삶의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생활정치, 건전한 상식에 기반한 책임정치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소통과 통합의 가치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도 일깨워주었다. 정당정치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서 깊은 성찰과 함께 큰 책임감을 느낀다. 현재 각 정당은 생존을 위해 자성·변화·혁신·쇄신 등 온갖 용어를 동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목소리는 한두 번 나온 게 아니다. 특히 한나라당에는 최근 단골 메뉴가 돼버린 느낌이다. 필자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올해 4·27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때도 지금 상황과 흡사했다. 그럼에도 불과 몇 개월 만에 또다시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성다운 반성을 하지 않았고, 리더십 교체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체질 개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세론’에 안주하면서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했다. 소통을 위한 노력과 국민불안 해소 위한 대안 제시에도 실패했다. 더욱 심각한 건 문제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대표 등 일부 지도부는 10·26 재보선 결과를 놓고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시장은 내줬지만 기초단체장 선거는 자당 후보들이 승리한 데 따른 연유다.
이 같은 평가를 한나라당 불모지인 광주에서 소통과 통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집권여당으로서 호남지역에 후보조차 내지 못한 정당이 한나라당이다.
10·26 재보선 때 호남지역은 전남 5곳, 전북 2곳에서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선출했다. 입후보자는 모두 22명. 이 가운데 한나라당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불임정당’의 화살은 한나라당이 더 아프게 맞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진정한 전국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호남에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해야한다. 더구나 집권당으로서 그 책임은 더 막중하다. 지지하지 않는 지역과 계층도 품어야 하는 게 정치의 정도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민심을 되찾고자 다양한 쇄신안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소통과 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국민의 눈높이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내년 총선에서 의석수 확보와 대선 승리라는 정치공학적 차원으로만 접근한다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건 ‘발등의 불’을 끄는 능력이 아니다.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공감 노력, 진정성 있는 소통과 포용력, 새로운 비전 제시 그리고 지속적인 실천력이다.
이런 노력들을 보여주지 못하면 민심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몇 개월 뒤 또다시 위기와 변화, 자성과 쇄신을 외치려면 차라리 지금 당 간판을 내리는 게 낫다. 이는 비단 한나라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용화 한나라당 광주·전남지역 발전특별위원장〉
'세미나 정책 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개혁의 핵심은 지역주의 극복이다 (남도일보 특별기고, 2011-12-6) (8) | 2011.12.06 |
---|---|
정부, 5.18에 진정성 보여줘야 (무등일보 특별기고, 2011. 11. 18) (0) | 2011.12.03 |
광주 RDF시설 사업예산 확보 보람 (0) | 2011.09.20 |
히딩크 드림필드를 아시나요? (0) | 2011.09.07 |
한나라당의 지역정당화와 최고위원 호남 배제에 대한 우려 (0) | 2011.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