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쓰나미, 원전폭발의 대재앙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을 돕기 위해 과거의 원한을 넘어 마음을 모으고 있는 이때, 우리는 국내의 영호남 지역갈등을 넘어서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국경을 넘어선 인류애에 비하면 지역주의는 작은 문제일 수 있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큰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역주의는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특정지역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것으로 나타난 작용과 반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발전의 격차는 우리 호남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지역적 차별은 분노의 지역감정을 자리잡게 했습니다. 여야간 정권교체를 한차례 주고받은 이후에도 지역주의는 그 성격을 달리하면서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정권교체 전의 지역주의는 밖으로부터 부당한 배제와 차별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되었다면, 정권교체 이후의 지역주의는 안으로부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적 선동에 기인한바 크다고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것이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존경하는 광주 전남 시·도민 여러분,
지역주의 극복없이는 정치선진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특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정치구조에서는 폭력과 날치기 등 후진적 정치행태를 사라지게 할 수 없습니다. 다음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대결에 몰두하는 정당지도부의 지시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특정지역을 한 당이 오랫동안 독점하는 것은 민주주의에도 역행하는 것입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지역민들은 사실상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역주의 극복은 그동안 제한되었던 선거권을 회복하는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지역주의 극복없이는 지역발전도 어렵습니다. 지역주의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두 ‘정치도시’ 광주와 대구가 전국 16개 시도 중 1인당 생산량(GRDP)에서 10년 이상 꼴치를 다투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국회의원부터 구의원까지 특정당이 독점하는 일당체제에서 정치인들은 주민을 섬기기보다 독선과 오만과 나태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민주화의 성지를 자부하는 광주에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지역주의 극복없이는 국민통합도, 진정한 통일도 이루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영호남의 소통도, 국민통합도 못하면서 어떻게 남북통일국가를 완성할 수 있겠습니까? 지역주의 극복없이 통일의 날이 온다면 북한은 진정한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또 다른 내부 식민지가 될까 우려됩니다.
사랑하는 광주 전남 시·도민 여러분,
지역주의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닙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우리의 사고의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 선입견과 편견으로 한쪽 면만을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다 보고 들어, 보다 온전한 판단을 하려는 것입니다. 동서고금의 현인들은 개인의 행복이나 올바른 정치의 핵심요건은 한쪽에 치우침이 아닌 균형 또는 중용에 있다고 말합니다. 지역주의 극복은 우리 마음속의 편견과 상처, 분노를 치유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호남미래연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창립한 이래 소외계층인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다문화대안학교인 새날학교와 고아원 성빈여사를 돕는 등 사회통합에 앞장서 왔습니다. 오늘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국민통합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 토론회를 공동주최해 주신 전남대 아태지역연구소와 조선대 사회과학연구원, 그리고 후원해주신 광주방송 KBC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오늘 수준높은 토론회를 위해 준비해 주신 발제자, 사회자, 토론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2011. 3. 23.
(사)호남미래연대 이사장 정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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