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정책 논평2014. 8. 8. 08:48

이번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후보가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것은 한국정치사에 큰 의미를 부여할만한 것으로 이의원에게는 축하를, 지역민들에게는 찬사를 보낸다.

이의원의 당선을 두고 선거혁명또는 지역주의 붕괴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있는 한편 정부여당실세의 예산폭탄론에 기댄 이후보의 개인기지역주의 타파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필자 역시 지역주의정치 혁파를 주창하며 한나라당 후보로 2008년 광주서구갑 출마(11.4%), 2010년 광주광역시장 출마(14.2%), 무소속으로 2012년 광주서구갑에 출마(20%득표)했던 사람으로서 깊은 소회가 없을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지역주의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역주의는 실재한다. 생각이 행동을 낳기 때문에 생각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 생각이 고정관념으로 굳혀져있을 때는 본인도 바꾸기가 쉽지 않다.

호남에서 여당, 영남에서 야당이 당선되는게 나라의 정치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상대당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으로 표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2번을 찍어왔던 손이 1번으로 1센티미터 옮기는데 떨리더라는 고백을 광주에서 여러번 들어보았다.

 

지역주의정치구조의 폐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정 지역을 석권하는 정당은 공천이 곧 당선이기 때문에 정당지도자들은 공천권을 무기로 후보자들에게 전횡을 휘두르고, ‘전략공천이네 뭐내 하여 지역민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정당독재를 서슴치 않는다.

 

이런 구조는 다음 공천을 바라는 국회의원들에게 지도부가 정한 당론과 다른 의견을 내기 어렵게 해 정당민주주의도 질식하게 만든다.

총선 때마다 절반에 가까운 물갈이를 해도 정치행태가 별로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지역주의 정치구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도 답답하다.

오랫동안 당선인을 내지 못한 정당은 그 지역을 포기하고 당선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당력을 집중한다. 당선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좋은 후보자가 나서기 어렵고 그래서 지역민들은 표를 줄래야 주기 어렵다고 한다.

모처럼 좋은후보가 나섰어도 정당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단기간에 불식하기는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지역간의 편견이 깊어지고 망국적인 국민분열만 부추기고 있다.

 

지역 일당독재는 시민들의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지역에서 기업을 하려면 지배정당에 밉보여서는 안되고, 일반 시민도 반대당을 지지하면 주위의 눈총을 받거나 왕따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주의 정치구조는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시민의 자유를 암암리에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공산당 일당체제 하에서처럼.

 

언제까지 지역민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것인가? 언제까지 지역민 탓만 할 것인가? 언제까지 유권자가 변하기만을 요구할 것인가?

 

문제의 원인과 그 폐해를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은 기득권 때문이다. 특정 지역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최소한의 안정된 권력기반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권을 추구하는 몇 사람의 권력자들을 위해, 그리고 쉽게 당선되려는 국회의원들과 지역 기득권자들에 의해 다수의 지역민들이 인질로, 나아가 국민전체가 볼모로 잡혀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2년 후 이정현후보같은 사람이 재생산되기 어렵다.

 

여야가 정치혁신을 주창하고 있다.

정치발전의 장애물이 공천제도의 왜곡에 있고, 그 뿌리에는 지역주의 정치구조가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이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또 다른 기득권을 추구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해결방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불편한 법과 제도를 고치라고 뽑아준 정치인들이 이를 외면한다면 그것이 직무유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미디어펜 2014. 8. 7 게재, http://www.mediapen.com/news/articleView.html?idxno=4352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세미나 정책 논평2011. 12. 6. 12:17

한미FTA 비준을 둘러싼 여야간 정치대결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 안에서 최루탄을 터트리는가 하면 공권력의 한 축인 경찰서장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예산안도 또 날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고 극단적인 대결과 폭력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까? 정치인들의 자질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4년 간격으로 절반에 가까운 물갈이를 해도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개인의 자질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보아야 한다.

정치인들의 핵심관심사는 다음 선거에서의 당선이다. 당선이 보장된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는 속설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공천=당선'의 구조라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공천권을 가진 당의 지도부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른바 '당론'에 따라야지 소신투표를 하기 어려운 것이다. 당의 지도부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정치를 타협보다 대결국면으로 이끌고 간다. 싸움이 커질수록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향식 공천이네, 국민경선이네와 같은 공천개혁을 아무리 한다해도 특정지역에서 공천=당선 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폭력국회'를 벗어날 수 없다. 공천=당선이 보장되는 지역에서는 당 지도부에 충성도를 보이기 위해 대결에 더 앞장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단상에서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는 의원들은 지역색이 뚜렷한 영호남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호남에서 민주당, 영남에서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를 깨지 않으면 아무리 물갈이를 해도 그러한 행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치 선진화의 핵심 장애 요인은 다름아닌 지역주의 정치구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정치선진화를 이룰 수 없다. 이를 제도적으로 시정하려 하지 않고 패싸움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정당들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이다.

지역주의는 지역발전에도 장애요인이다. 최근 통계인 2007년 자료를 보면 지역별 1인당 소득(GRDP)은 대구가 맨 꼴찌(1306만원)이고 그 다음이 광주(1473만원)다. 산업화시대의 총아였던 대구가 맨 꼴치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대구와 광주 지역의 공통점은 지역주의가 극심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야말로 특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정치인들이 과연 열심히 일을 할까? 시장부터 구의원까지 일당체제에서 시정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제도로 될까?

흥미로운 사실은 충남지역의 GRDP 성장률이 전국 1위라는 것이다. 충청도의 표심이 선거때마다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각 정당에서 서로 구애하느라 선심을 퍼부은 결과다. 세종시, 과학비지니스벨트가 그 실례다. '의리'와 '지조'가 있는 지역은 차별과 역차별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정치선진화를 위해서나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표심이 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나 석패율제도(지역교차비례대표제) 도입이 그 방법이다. 그 중 석패율제도는 여야가 쉽게 도입할 수 있다. 영호남의 표쏠림 현상으로 낙선한 후보자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해 특정정당의 지역독점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선관위에서도 제안해놓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대표와 민주당 손학규대표가 모두 약속한 사항이다.

석패율제도는 단지 몇 명의 후보를 상대지역에서 당선시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주의 정치구조와 지역갈등 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인 비전과 책임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비전과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기존정당은 점점 더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세미나 정책 논평2011. 3. 24. 07:57


지진과 쓰나미, 원전폭발의 대재앙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을 돕기 위해 과거의 원한을 넘어 마음을 모으고 있는 이때, 우리는 국내의 영호남 지역갈등을 넘어서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국경을 넘어선 인류애에 비하면 지역주의는 작은 문제일 수 있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큰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역주의는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특정지역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것으로 나타난 작용과 반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발전의 격차는 우리 호남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지역적 차별은 분노의 지역감정을 자리잡게 했습니다. 여야간 정권교체를 한차례 주고받은 이후에도 지역주의는 그 성격을 달리하면서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정권교체 전의 지역주의는 밖으로부터 부당한 배제와 차별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되었다면, 정권교체 이후의 지역주의는 안으로부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적 선동에 기인한바 크다고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것이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존경하는 광주 전남 시·도민 여러분,

지역주의 극복없이는 정치선진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특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정치구조에서는 폭력과 날치기 등 후진적 정치행태를 사라지게 할 수 없습니다. 다음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대결에 몰두하는 정당지도부의 지시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특정지역을 한 당이 오랫동안 독점하는 것은 민주주의에도 역행하는 것입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지역민들은 사실상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역주의 극복은 그동안 제한되었던 선거권을 회복하는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지역주의 극복없이는 지역발전도 어렵습니다. 지역주의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두 ‘정치도시’ 광주와 대구가 전국 16개 시도 중 1인당 생산량(GRDP)에서 10년 이상 꼴치를 다투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국회의원부터 구의원까지 특정당이 독점하는 일당체제에서 정치인들은 주민을 섬기기보다 독선과 오만과 나태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민주화의 성지를 자부하는 광주에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지역주의 극복없이는 국민통합도, 진정한 통일도 이루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영호남의 소통도, 국민통합도 못하면서 어떻게 남북통일국가를 완성할 수 있겠습니까? 지역주의 극복없이 통일의 날이 온다면 북한은 진정한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또 다른 내부 식민지가 될까 우려됩니다.

사랑하는 광주 전남 시·도민 여러분,

지역주의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닙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우리의 사고의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 선입견과 편견으로 한쪽 면만을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다 보고 들어, 보다 온전한 판단을 하려는 것입니다. 동서고금의 현인들은 개인의 행복이나 올바른 정치의 핵심요건은 한쪽에 치우침이 아닌 균형 또는 중용에 있다고 말합니다. 지역주의 극복은 우리 마음속의 편견과 상처, 분노를 치유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호남미래연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창립한 이래 소외계층인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다문화대안학교인 새날학교와 고아원 성빈여사를 돕는 등 사회통합에 앞장서 왔습니다. 오늘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국민통합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 토론회를 공동주최해 주신 전남대 아태지역연구소와 조선대 사회과학연구원, 그리고 후원해주신 광주방송 KBC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오늘 수준높은 토론회를 위해 준비해 주신 발제자, 사회자, 토론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2011. 3. 23.

(사)호남미래연대 이사장 정용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