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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정책 논평2014. 10. 21. 08:49

어제밤 저는 가족들과 회심의 미소를 나누며 행복했습니다. 2년전 내가 전해 준 편지를 다시 꺼내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불량아빠였습니다. 5-6년간 밖에 일이 바쁘다고 가정을 소홀히 했고,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도 호통만 치면서 서먹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2년전 주말에 중3 딸아이와 친해져보려고 맛있는 것 사주면서 이것저것 물었보았습니다. 학교생활이 어떤지... 친구이름은... 요즘 관심이 뭔지...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아빠가 그런데도 관심 있어?” 하면서 눈물을 흘려 당황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불량아빠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빠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 고심하다 편지를 썼습니다. “사랑하는 우리딸 수빈에게 고마운 일2-3줄씩 50가지를 적어 보았습니다. 어제 밤 다시 보니,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1. 이 세상에 아빠의 딸로 태어나 줘 고맙다. 우리 인연은 하늘이 만들어 준 것이다 부터 시작하여

3. 세상의 반쪽밖에 못 보던 것을 온전히 볼 수 있게 해줘 고맙다. 우리 딸 수빈이는 나에게 여성의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었단다.

7. 불안한 사춘기 잘 넘기고 이는 것 같아 고맙다. 오빠한테는 큰소리치기도 했지만 수빈이한테는 아빠가 어찌할 줄 모르겠더라.

19. 초등학교 때 함께 모락산에 방학숙제하러 간 추억을 만들어줘 고맙다. 단둘이 만든 많지 않은 추억중 하나구나.

23. 학원에 다녀오면서 별 탈 없어 고맙다. 늦게 오면 항상 불안한 게 아빠의 마음이란다.

38.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아빠와 취향이 같아 고맙다. 엄마는 건강에 안 좋다며 말려도 우리는 통하는게 있지?

46. 수빈이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기대를 갖게해줘 고맙다. 앞으로 몇 년 후면 떨어져 살아야 할 것 같아 벌써 시간이 아깝구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50. 우리가 아빠와 딸의 관계로 맺어준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편지를 전달한 뒤로 딸과 관계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내가 무슨 말하면 얼굴표정이 굳거나 마지못해 듣더니 이제부터는 진지하게 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더 흘러 대화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에게도 써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김윤정에게 고마운 일” 100가지를 쓰는데 정말 23일 걸렸습니다.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앴습니다

 

1. 무엇보다 나와 결혼해줘 고마워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이 당신과 결혼한 것이오.

5. 내가 밖으로 도는 사이 가정을 건사해줘 고마워요. 내가 없어도 어느 가정보다 건강한 가족을 만들어 주었소.

7. 우리가 다툴 때 나의 오기를 못이긴 척 받아줘 고마워요. 나의 알량한 자존심을 너른 아량으로 품어주었소.

22. 항상 정성을 다해 밥상을 차려줘 고마워요. 나없을 때는 대충 먹는 모습에 더 고맙고 미안하오.

43. 시어머니, 시아버지 마음에 안들 때도 있었건만 표시않고 잘 모셔 고마워요. 며느리 역할 잘하기 어렵지오.

73. 잘 때 코를 많이 곤다는데 쫒아내지 않아 고마워요.

100. 나의 아내가 돼줘 고마워요.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오.

 

솔직히 요즘 긴 문장의 편지를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문이지만, SNS문자가 아니라, 종이 편지로 써보면 스스로 생각이 정리가 되고, 마음이 정화가 되고, 쓰는 순간은 온통 그대 생각뿐이고, 읽는 이의 표정이 그려지고, 눈물자국이 남는 편지지를 평생 간직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20141020일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 주최 편지! 소통을 말하다 - 2014 Soul Korea 5000만 편지쓰기행사에서 패널로 발표한 내용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