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9.15 광주의 힘, 다정다감
세미나 정책 논평2015. 9. 15. 20:46

지난 97일 광주에 전국 최초로 고려인종합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공공기관의 느낌이 나지만 순수한 민간기구다. 작년 7월부터 고려인마을후원회가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약을 체결하고 센터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한 결과로 나온 산물이다. 정부의 지원없이 광주의 기업이나 시민들이 자발적인 성금을 내 건립된 것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광주에 3천명이 넘는 고려인들이 모여들면서 고려인마을을 형성하고, 이제 전국 최초로 종합지원센터까지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보다 광주시민들의 다정다감한 인정 때문이다. 20033~4가구가 월곡동에 둥지를 튼 이후 최근 2~3년 동안 유입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광주에 가면 잘 보살펴주더라는 입소문의 영향이 컷다.

 

실제로 고려인마을협동조합 이사장 이천영목사는 사업주에 멱살을 잡히고 뺨까지 맞아가며 고려인들의 임금을 받아주었고, 고려인마을 대표 신조야씨는 한달 50만원의 활동비를 받고도 밤낮없이 뛰어다니며 고려인들의 어머니역할을 하며 그들의 정착을 도왔다.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를 비롯한 많은 단체와 LG이노텍, KEB하나은행, 농협 등 기업, 그리고 수많은 개인들이 그동안 조용히 후원해왔다. 암투병중인 80대 할머니(서광교회 조정숙권사)가 남은 재산을 모두 기부해주셨고,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을 내놓은 학생도 있었다.

 

의료보험이 없는 고려인들을 위해 여러 병원들이 협약병원으로 나서 진료해주었고, 병원비나 장례비가 부족해 애태울 때마다 많은 시민들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건물을 어렵게 매입했으나 내부공사비가 부족해 공사가 중단되었을 때 기적처럼 후원자가 나타나 완공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는 지역의 언론 도움도 컸다. 고려인소식을 관심있게 보도해주고 후원자들을 상찬해준 것이 견인역할을 했다.

 

또 하나의 요인은 광주새날학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중고과정 학력인정 다문화대안학교로서 새날학교는 한국어가 안돼 일반학교에 바로 갈 수 없는 아이들을 받아주었다. 필자 역시 새날학교를 돕는 일을 하다가 2년 전부터 고려인학생들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고려인마을에 본격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려인마을과 새날학교는 광주의 새로운 브랜드가 되고 있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인권도시 광주의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전국각지에서 새날학교와 고려인마을에 견학, 탐방을 오고 있다.

 

두 달 전에 끝난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의 성공도 시민들의 다정다감한 인정이 큰 요인이었다. 종합우승이나 예산절감도 대회 성공의 평가지표가 되겠지만 우리가 세계 각국의 미래엘리트들에게 광주를 어떻게 가슴에 새겨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광주국제우호친선협회(회장 김보곤)는 회원들이 각국별로 서포터스단장을 맡아 선수단 환영에서부터 경기장 응원, 주변 관광, 음식과 기념품 제공, 다시 환송까지 해주어 많은 선수들이 송정역에서 석별의 눈물을 흘리고 가게 했다. 9천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교회나 마을단위로 나온 서포터스들이 정성을 다해 선수들이 가슴으로 따뜻한 정을 느끼게 했다. 그 효과 때문인지 벌써 방글라데시 등 몇 나라에서 광주의 의료시스템과 산업협력을 위해 다시 찾고 있다.

 

이렇듯 우리 광주가 가진 자산은 다정다감한 인정이다. 그동안 민주, 인권, 평화라는 대의명분에 몰두해 우리가 가진 남다른 달란트를 제대로 표출하고 인정받지 못했다. 지금 세계 어느 곳이든 방영되고 있는 한국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인간의 깊은 정을 어떤 것보다 잘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외국인들이 말하는데 그 중에서도 남도의 정이 으뜸이라는 것은 다 인정하고 있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도 다정다감한 사람들이었기에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동참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광주는 빛의 도시라고 자부한다. 빛은 세상을 밝히기도 하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하기도 한다. 그동안 민주도시로서 세상이 나아갈 빛을 밝혔다면 이제 세상을 따뜻하게 할 빛을 발산했으면 좋겠다. 다정다감, 그것이야말로 광주가 온축해 온 자산이고 미래의 힘이 될 것이다.

 

정용화 (고려인마을 후원회장 / 광주U대회 조직위 부위원장)

 

이 글은 2015년 9월 14일자 광주일보에 실린 기고문이다.

http://me2.do/5daAQnDC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