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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1 우리는 행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세미나 정책 논평2013. 7. 11. 09:18

나는 이상한 셈법을 가지고 있다고 아내에게 핀잔을 가끔 듣는다. 시장이나 관광지에서 바가지를 써도 그 돈으로 혼자 할 수 있겠느냐 하면서 '' 쓴 사람이 큰소리친다. 큰아이가 대학입시에 실패해도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열려있다고 하고,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쳐도 더 크게 다치지 않은게 얼마나 큰 행운이냐 하는 식이다.

 

이런 낙관적인 사고방식은 중학교 때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의 영향이 컸다. 월남전에서 포탄에 맞아 손과 발, 사지를 모두 절단해야 할 처지에 있는 병사가 했다는 말, "하마터면 죽을뻔 했네!" 하고 웃더란다. 그 이야기는 힘들 때마다 나에게 위로를 줬고, 새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었다. 덤으로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여유있게 세상을 보는 눈도 갖게 해주었다.

 

그런데 정말로 팔다리가 없이 몸통으로만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았다. 닉 부이지치.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본 그는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몸통만으로 굴러다니고 기어다니면서도 축구, 골프, 수영, 스카이다이빙까지 못하는 운동이 없고, 몸통에 바짝 붙어있는 발가락 두 개(분리 수술후)로 글쓰기는 물론 전자드럼 연주까지 하는 모습은 신기한 묘기가 아니라 감동적인 기적 그 자체였다. 더 큰 울림은 그의 맑고 밝은 표정과 미소, 그리고 생기있는 말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야말로 '복음'이었다. "전 제 삶에 한계가 없다고 믿어요" "가질 수 없는 것에 화내지 말고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요" "할 수 없는 것 대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는 어떤 모습이든 모두 가치를 가진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충분합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해요" 자기를 놀리고 괴롭히는 사람에게 "당신은 이미 충분히 멋진 사람이에요. 날 괴롭힐 필요없어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때는 죽으면서도 사랑을 실천한 예수를 떠올리게 했다.

 

4개월 동안 친엄마에게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닉은 지금 세상에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 참된 용기와 평화가 무엇인지를 웅변하고 있다.

 

닉은 사지 멀쩡하고 너무나 많이 가진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둘러보게 한다. 이른바 '국민행복시대'에 불행한 사람이 너무 많다. 어른들의 이혼율, 자살율, 저출산율이 세계 최고수준이고, 우리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행복지수는 평균 이하라고 한다. 누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 닉은 말한다. "행복은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과 남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 미움은 미움을 낳는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을 보면 나도 행복해지고 불행한 사람을 보면 내 마음도 편치 않다. 올해 30세인 닉이 작년에 아름다운 아내와 장애없는 아이까지 얻었다는 말에 나까지 행복해졌다. 장애인은 우리가 행복함을 일깨워주는 선생이다. 우리는 행복할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우리는 행복할 의무가 있다.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내 이웃을 위해서!  <등대(호남미래연대 소식지) 제4호, 2013. 7. 1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