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 후, 2014년이면 광주까지 고속철이 개통됩니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서울에서 광주까지 1시간 30분으로 가까워집니다. 현재 2시간 40분에서 1시간 10분이 단축되는 것입니다.
호남고속철은 20년 전부터 검토되었으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면되어 오다가 2009년 12월 광주송정역에서 착공식을 가졌습니다. 저는 당시 대통령비서관으로서 연설문을 쓰면서 느낀 벅찬 감동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고속철이 지역경제를 망칠 수 있다며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지역의 인구와 자금이 서울로 흡수되는 ‘빨대효과’를 우려한 것입니다. 실제로 고속철이 개통된 이후 대구에서는 백화점이나 대형유통점, 대형병원의 이용자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웬만하면 서울로 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지역 하기 나름인가 봅니다. 울산과 경주에서는 이런 ‘빨대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속철시대 6개월째를 맞아 조사한 결과를 보니 울산 지역 대형유통점 매출이 오히려 10%씩 증가했으며, 대형병원의 병상가동률도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고 합니다. 관광도시 경주는 관광객과 숙박시설 이용객이 이전에 비해 20% 이상 늘어 관광객 흡수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광주가 ‘빨대효과’로 빠져나가는 도시가 될지 ‘블랙홀’로 끌어들이는 도시가 될지는 정말 우리 하기에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외지인을 끌어들일 매력을 발굴해 고속철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한나절 둘러보니 별 거 없더라가 아니고 다시 와보고 싶고, 주위사람들에게 권할만한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지역이 가진 좋은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 이야기거리 등 풍부한 문화유산과 맑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잘 활용하면 관광, 레저, 문화의 매력으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수도권에 사는 한 가족이 주말에 서울대공원에 가는 것처럼 가볍게 고속철을 타고 광주송정역에서 와 떡갈비를 먹고, 무등산에 오른 뒤 화순온천에서 피로를 푼 다음 돌아갈 수 있습니다. 또 자전거를 빌려 영산강을 따라 목포까지 하이킹을 즐기고 돌아갈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쉬면서 토속음식을 즐기고 전해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골목경제도살아날 것입니다. 우리 호남이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녹색성장시대, 자전거시대에는 앞서갈 수 있습니다.
고속철은 접근성을 높여 외부의 투자유치를 촉진할 것입니다. 호남경제가 낙후되었다고만 하지 말고 앞서갈 궁리를 해야 합니다. 정부가 도와주기만 바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매력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기업이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광주경제를 살리는 길은 바로 호남고속철시대를 준비하는데 달려있습니다. 이것은 시당국이 도시디자인을 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시민모두가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함께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광주교통방송 97.3Mhz, 2011. 5. 31. 08:10 방송)
'세미나 정책 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나라당의 지역정당화와 최고위원 호남 배제에 대한 우려 (0) | 2011.07.31 |
---|---|
광주의 희망, 교육 (0) | 2011.06.15 |
발전모델 전환해야 (0) | 2011.05.24 |
이제 노벨상을 먼저 받는 지역 경쟁 하자 (0) | 2011.05.17 |
스티브 잡스 같은 도시 광주 (0) | 2011.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