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정책 논평2011. 5. 24. 08:39

최근 발생한 구제역 사태와 일본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쓰나미는 지나갔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 여파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소와 돼지 30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우리의 가슴이 멍멍해졌는데, 정성들여 키운 축산농부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구제역이 생긴 원인이 고기를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 좁은 우리 안에 밀집 사육한 때문이라고 하니 우리 인간들의 <탐욕>에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피해 걱정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시차를 두고 조용히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원전 사고는 우리의 삶의 태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다고 믿었던 원자력발전에 계속 의존해도 될 것인가? 원자력을 반대한다면 그만큼 에너지 소비를 줄일 자신이 있는가?

우리는 그동안 더 많이, 더 빨리, 더 효율적인 것만을 추구해 온 것은 아닌가 반성해봅니다. 우리의 욕망은 점점 커져서 그것이 탐욕이 되어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질적 성장 보다는 양적 성장을, 생명의 가치보다 효율의 가치를 우선하지 않았는지... 우리의 가치관 자체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구제역과 원전사고는 우리의 발전관(패러다임) 자체를 재검토하게 하는 경고등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양적인 성장>에 집착해왔습니다. 양적인 성장은 국내총생산, 즉 GDP로 표시되었고, 우리는 GDP를 높이는데 매진해왔습니다. 그런데 GDP에는 부정적인 경제활동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범죄와 오염 처리 비용,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라고 부추기는 데 들어가는 광고비용, 전쟁비용도 포함됩니다.

이제 우리는 ‘보다 더’ 성장하려는 목표가 ‘무엇’을 성장시키고 ‘왜’ 성장시켜야 하는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GDP를 대체할만한 지표로 지속가능한 경제복지지수(ISEW), UN의 인간개발지수(HDI), 참진보지표(GPI), 경제적 웰빙지수(IEWB) 등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살리고,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고, 이웃에 봉사하는 활동이 인정되고 평가받습니다.

최근의 구제역 사태와 일본원전 사고에서 우리는 GDP성장 위주의 경쟁에서 물러나 생명의 가치를 되새기면서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증진시키는 발전모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기에는 정부의 정책 전환도 필요하지만 우리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욕망을 절제하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광주교통방송 명사칼럼, 2011. 5. 24. 08:03 방송)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