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정책 논평2015. 12. 20. 20:55

국가별 총생산규모를 GDP라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국가간 경제규모 및 국력을 비교한다. 1인당 GDP는 그 나라 국민의 1인당 소득으로 이해된다. 한 국가 안에서 지역별 총생산을 GRDP(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라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지역간 경제규모를 비교한다. 1인당 GRDP는 지역별 소득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럼, 대한민국 16개 시도에서 가장 잘 사는 지역과 못사는 지역은 어디인가?

 

최근 통계청 자료(2010)를 보면 1인당 GRDP가 가장 높은 곳은 울산광역시로 60,556달러다. 전국 평균 28,480달러 보다 2배 이상 높다. 가장 낮은 곳은 어디인가? 믿기지 않겠지만 대구가 꼴찌고, 광주가 그 두 번째다.

 

광주가 꼴찌권인 건 이해하겠지만 대구가 꼴찌라니? 대구는 박정희시대 최대 수혜지역이고 수십년간 대한민국 정치경제권력의 중심지역(이른바 TK) 아닌가? 놀랍게도 대구는 10년 이상 꼴찌를 유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충청권의 GRDP가 호남권의 2배가량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경제산업 입지조건으로 보면 수출중심 경제에서 해안지역이 유리하기 때문에 대구와 광주 같이 내륙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같은 내륙 지역인 대전이나 충북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특히 충남은 울산 다음 두 번째로 높고, 충북도 상위권에 속한다.

 

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생각한다. 대구와 광주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바로 근 30년간 정치적으로 일당독점 지역이다. 특정 당의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지역이다. 20년이 된 지방자치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부터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까지 한 계통이다. 공천만 받으면 되니 공천권자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 선거에서나 정책에서나 경쟁할 타당의 후보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 지역발전을 위해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다.

 

여야 정권교체로 집권당이 바뀌어도 특정 당 독점지역은 손해를 본다. 예산배분에서 텃밭지역은 어차피 표가 오게 되어있으니 제쳐두고, 반대지역은 줘도 별효과가 없으니 배제된다. 대신 정권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지역, 이른바 스윙보트(swing vote)지역에 대한 구애는 정권교체에 상관없이 계속된다. 충청권의 표심을 얻기 위해 양당은 수년간 엄청난 투자를 했다. 행정수도 이전, 과학비지니스벨트 등 대형국책사업은 그 일례에 불과하다. 인사에 있어서 국무총리, 대선 후보도 충청출신은 우대를 받는다. 그 결과 충청권은 지금 인구도 늘어나 이번에 국회의원 수도 늘리게 되었다.

 

대구와 광주의 국회의원 중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큰 정치인이 있는가? 3, 4선을 해도 이름조차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다. 일당체제는 반드시 부패하고 망한다는 것은 여러 나라의 공산당의 사례에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민주주의는 정권획득을 위한 경쟁을 통해 상호감시로 부패에 대한 자정작용을 한다. 그리고 국민의 선택을 받기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만든다. 그러나 일당체제는 견제받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부패하게 되어있다. 정치력과 정책능력을 키우지 않아도 된다.

 

일당체제의 폐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방공무원의 갑질이 심한 지역이 된다. 지역의 발전연구원장을 지낸 사람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그 역시 중앙공무원 출신이었는데 우리 지역 공무원들의 갑질이 가장 심하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인사권자인 시장이나 구청장에게만 잘 보이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 구청장부터 시의원, 구의원이 다 한 계통이니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당체제의 폐해는 공무원의 지역민들에 대한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 피해를 현장에서 가장 절실히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지역경제인들일 것이다. 공무원의 갑질에 하소연하고 싶어도 대신 목소리를 내 줄 경쟁 정당의 의원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와 광주는 또 인구(인재) 유출이 심각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대졸 인력의 대학졸업지역에서 수도권 유출률이 호남권 25.0%, 대구경북권 22.4%, 동남권(부울경) 15.1%로 나타났다. 호남이 영남지역 보다 좋은 일자리가 지역에 없다보니 수도권 유출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한국고용정보원, <2009년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 2010년 통계)

 

지역의 일당독점의 정치구조는 외부의 투자유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0%가 넘는 특정 정당 지지율은 지역의 폐쇄적 이미지를 강화시켜 외부인의 진입에 부담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의 경제권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영남권 출신 기업의 투자유치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악순환은 청년층에도 영향을 미쳐 청년층(15~29)의 고용률도 낮게 나오고 있다. 2014년 광주의 청년층 고용률은 34.8%16개 시도 중 14(전국 평균 40%)이다. 지역의 경제구조가 우리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억측일지 몰라도 지역경제 발전에 정치구조는 이렇게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모든 부문에서 경쟁이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정치구조는 경쟁적이어야 한다. 정치인 개인이나 그 집단인 정당이 국민의, 또는 지역민의 선택을 받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 개인의 노력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